
요즘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해가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년 수준에 맞거나 오히려 조금 쉽게 고른 책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생각을 깊이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니...
문해력 저하와 함께 집중력의 문제도 함께 나타난다.
쇼트폼 영상이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시간이 많아지면서, 긴 호흡으로 글을 따라가고 생각을 확장하는 능력이
약화된 듯.
오늘 6학년 아이들과 『어린이를 위한 정의 수업』이라는 책으로 수업을 했는데,
책의 주제는 철학적이고 의미가 깊었지만, 아이들은 책을 그저 휙휙 넘기며 보고 온 모양이었다.
휴대폰을 옆에 두고 책을 펼쳐 놓은 채 번갈아 보거나,
“아 뭐라는 거야…” 하며 글자만 쭉 훑고 넘긴것이 틀림없다.
- “정의가 뭐라고 생각해?”
“공정한 거요.” - “공정하다는 건 뭘까?”
“음… 아…” - “장기 기증은 되는데 왜 매매는 안 될까?”
- “자유란 무엇일까? 우리가 자유롭다면 왜 장기 매매는 내 마음대로 못할까?”
이런 대화들이 오고갔다.
질문이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고,
귀찬니즘에 빠져 '몰라요~'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책에 나온 예시만 잘 떠올려도 교과서적인 답은 할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책을 깊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책은 살아 있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어 얘들아.
하나하나가 숨을 쉬고, 이야기를 건네온다고 생각을 해봐.
그 문장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얘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를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진짜 읽기’야.
그리고 선생님이 질문 할 때
조금 더 생각해보고, 답을 하려고 해야지.
바로
“몰라요” 하는 건 성의가 없잖아.
정답을 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생각을 해보는 것, 그거 하자고 만나는 건데...
나는 또 잔소리 같은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선생님이니까.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것 외에 인간이 인간다워질 방법이 있나?
책읽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사실 더 안 읽는게 현실인 듯하여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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